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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9 겨울 새벽바다,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을 걸 그랬다
- 2010.11.03 거리 자욱한 하얀 김에 군침돌던 겨울 강구항
- 겨울 새벽바다,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을 걸 그랬다
- 여행의 즐거움
- 2010. 11. 19. 13:10
바다가 보고 싶었다.
5시간 동안 차를 몰아 동해바다 강구항에 갔다.
도착하니 캄캄한 새벽이다.
여명이 밝아오길 기다리니 마침내 동쪽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구항 선착장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과 아직 불 밝히고 있는 등대를 보았다.
파도 치는 역동적인 바다를 보기 위해 항구를 빠져나가 해안으로 갔다.
제법 기운 찬 파도가 해안을 향해 부딪쳐 오고 있었다.
바위에 부딪쳐 산산히 깨어질 때마다 우뢰와 같은 소리가 났다.
또 잠잠해 지면 곧 또 다른 파도가 일어 나를 향해 몰려 왔다.
파도 치는 바다를 보면 항상 생각나는 시가 있다.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일제부역행위를 한 사실을 알고 난 뒤 뇌리에서 'delete'된 최남선이지만 학창 시절을 지배하다시피 한 그의 시만큼은 무의식의 공간에까지 깊숙히 박혀 있기 때문일까.
그 파도 너머, 저 수평선에선 해가 뜨기 시작했고 새벽 바다를 가르며 고깃배들은 마지막 그물질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해가 수평선 위로 솟아 올랐나보다.
하지만 얄밉게도 해는 그 모습을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았다.
두텁게 내려앉은 구름 사이사이로 그 황홀한 빛만을 뿜어낼뿐...
하지만 마치 해가 구름을 조금씩 조금씩 그 빛으로 부시고 있는 듯 한 그 풍경은 일출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처음엔 한 군데서 새어나오던 태양빛은 두군데, 세 군데에 뿜어져 나왔고. 세상은 더욱 환하게 밝혀졌다.
등대와 파도와 태양과 함께 한 새벽 바다...
차라리 사진 찍기에 열중하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기만 했음 더 좋았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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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 자욱한 하얀 김에 군침돌던 겨울 강구항
- 먹는 즐거움
- 2010. 11. 3. 15:19
언제가 경북 영덕 강구항에 간 적이 있었다.
갑자기 겨울 바다가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강구'항을 찾아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버스를 몇번씩 갈아타야 됐기 때문에...
하지만 새벽녘 도착한 강구항은 기대했던 그대로, 아니 그 이상 충족시켜주었다. 곳곳에 즐비하게 늘어선 대게요리집들만 아니라면 그야말로 자그마한 항구의 분위기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바다를 보러 일부러 강구항을 찾은 이유는, '대게'를 싼 값에 먹어 보기 위한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바다 구경을 하고 맞은 밤.
어느 집에서 대게를 맛볼지 이리저리 헤매다 대게를 찌는 찜통의 연기와 항구의 야경이 비릿한 냄새와 함께 뭔지 모를 야시시한 느낌을 주었다.
직접 먹어 본 대게는 물론 맛있었지만, 기억에 오랫도록 남은 건 직접 맛 본 대게보다는 대게를 먹으러 찾아 헤매다 본 저 하얀 김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군침 도는 것은 음식을 직접 보는 것보다 음식들이 만들어지는 풍경을 볼 때, 정작 음식을 맛볼 때의 기대감이 더해져 입안에 가득 군침이 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생긴 흰 김이, 콧속을 '콕콕' 강렬하게 자극하는 냄새까지 담아서 자욱하게 퍼진 거리.
그 거리에 섰노라면 누군들 입에 군침 안돌고,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덕 강구항에 가면 거리에 온통 대게를 파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밤이 되면 가게마다 찜통에 대게를 넣고 '푹~~' 찌느라 김이 온통 자욱하다.
그 풍경보고 머릿 속에서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밖에는 다른 생각의 여유가 없어진다.
"아~~ 이제 곧 가게에 들어가서 정말 맛있는 대게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겠지"라고.
대게철은 11월부터 시작된다지만 본격적인 대게철은 12월부터 3월까지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는 지금.
불현듯 언젠가 찾은, 하얀 김 자욱한 겨울 강구항의 풍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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