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자욱한 하얀 김에 군침돌던 겨울 강구항

언제가 경북 영덕 강구항에 간 적이 있었다. 
갑자기 겨울 바다가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강구'항을 찾아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버스를 몇번씩 갈아타야 됐기 때문에...

하지만 새벽녘 도착한 강구항은 기대했던 그대로, 아니 그 이상 충족시켜주었다. 곳곳에 즐비하게 늘어선 대게요리집들만 아니라면 그야말로 자그마한 항구의 분위기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바다를 보러 일부러 강구항을 찾은 이유는, '대게'를 싼 값에 먹어 보기 위한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바다 구경을 하고 맞은 밤.
어느 집에서 대게를 맛볼지 이리저리 헤매다 대게를 찌는 찜통의 연기와 항구의 야경이 비릿한 냄새와 함께 뭔지 모를 야시시한 느낌을 주었다. 

직접 먹어 본 대게는 물론 맛있었지만, 기억에 오랫도록 남은 건 직접 맛 본 대게보다는 대게를 먹으러 찾아 헤매다 본 저 하얀 김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군침 도는 것은 음식을 직접 보는 것보다 음식들이 만들어지는 풍경을 볼 때, 정작 음식을 맛볼 때의 기대감이 더해져 입안에 가득 군침이 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생긴 흰 김이, 콧속을 '콕콕' 강렬하게 자극하는 냄새까지 담아서 자욱하게 퍼진 거리.

그 거리에 섰노라면 누군들 입에 군침 안돌고,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덕 강구항에 가면 거리에 온통 대게를 파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밤이 되면 가게마다 찜통에 대게를 넣고 '푹~~' 찌느라 김이 온통 자욱하다. 
그 풍경보고 머릿 속에서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밖에는 다른 생각의 여유가 없어진다. 

"아~~ 이제 곧 가게에 들어가서 정말 맛있는 대게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겠지"라고.

대게철은 11월부터 시작된다지만 본격적인 대게철은 12월부터 3월까지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는 지금. 
불현듯 언젠가 찾은, 하얀 김 자욱한 겨울 강구항의 풍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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